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방탄소년단 Map of the soul : 7 투어의 첫 시작인 4월 서울 콘서트 일정이
전격 모두 취소된 것이다.
이유는 말해 뭐하나.. 심각단계의 코로나 19 때문이지.
25일 티켓팅 이후 매일 새벽까지 취소표를 잡느라
온 신경과 기운을 뺏겼던 아미들에게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었다.
거기다 전날인 27일은 컴백 후 첫 음방인 엠카가 있었고
28일 자정에는 ON official MV가 공개돼서 모두 한 마음으로 ON 앓이를 하고 있었는데...
하... 그라운드 막콘 당첨됐었던 내 심정을 굳이 웅얼대진 않겠다.
그냥 한 마디만 쓰자면
사람이 너무 상실감이 크면 술 생각도 안 나더라.
이거 나한테는 매우 충격적인 포인트였다.
취소 공지가 뜬 후 당장 위버스와 트위터는 난리가 났다.
충격, 분노, 상실, 슬픔, 인정 못함
왜 아니겠는가.
주 경기장 4일 일정에 20만명이 관람 예정이었던 대형 공연이고
방탄 콘서트는 가고 싶다고 가는 것도 아니요, 로또 당첨된 사람이 콘서트에 응모하면 과연 될 것인가를 논할 정도이다.
거기다 7주년 앨범 컴백 첫 시작이었단 말이다.
일단 점화되어 띄워진 분노는 저마다가 생각하는 지점을 향해 무섭게 꽂혀나갔다.
소속사의 미흡한 공지, 최근 사태의 원인인 종교집단,
콘서트 연기가 아닌 취소에 대한 항의, 해외투어는 왜 강행이냐 등등
당시 나는 얼빠지고 슬픈 상태로 트위터에서 끄적이고 있었는데
한국 아미가 외면받았다는 서러움에서인지 도를 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해외 활동과 투어까지 몽땅 어그러져야 한다는 식의 날선 말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탈덕한다는 으름장들.
결국 이 활동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준비한 멤버들을 먼저 생각하자,
소속사가 이런 결정을 할 정도의 심각한 사태를 좀 봐라,
기약 없는 연기보다 취소가 현명한 것이다 등등의 자정의 시작을 알리는 말들도 탐라에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엔가(아마도 인터파크에서 보낸 취소문자와 메일을 상당수가 받은 후일까?)
이왕 취소된 거, 환불받은 티켓 값으로 재해구호협회에 기부나(!) 해야겠단 움직이기 생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전날 대구 출신인 슈가가 고향의 어려움에 보태달라며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억을 기부했던 후라 누군가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 같다.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002271821150410&search=title&searchstring=%BD%B4%B0%A1
방탄소년단 슈가, 코로나19에 1억원 기부 선행 ‘고향 대구 위해’(공식)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고향 대구를 돕기 위해 1억 원을 쾌척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측은 2월 27일 오후 뉴스엔 “슈...
www.newsen.com
아니 뭐 이런 기가 막힌 팬덤이 있지?
놀람도 잠시, 여기 저기서 기부 인증을 트윗하고 또 그게 리트윗되고 리트윗되면서
결국 기부를 받는 재해구호협회 업무가 너무 과중되어 영수증 발급이 어려운 상황까지 돼버렸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어이없는 타이밍에서의 감동이었다.
누군가는 반은 기부 반은 맛난 거 먹겠다 하고, 누군가는 올콘이었지만 최애의 이름으로 전부 기부했다 하고,
누군가는 친구까지 설득해서 같이 기부했다 하고...
와 이렇게 된 이상 기부로 화내버리는 이런 이런 대단하고 멋진 팬 파워를 외면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부는 했지만 열받고 화는 나니까 오늘 저녁 모두 쭉 들이키는 디오니소스가 되겠다는 스웩~
그야말로 그 가수에 그 팬,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옳은 것과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아는 사람들.
그래서 최애는 방탄이고 차애는 아미라는 말이 있지.
그렇게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자 유례없는 팬덤 문화에 대한 기사까지 실시간으로 나오게 됐다.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002281502560410&search=title&searchstring=%B1%E2%BA%CE
“코로나 나아지길” 방탄소년단 1억 기부→콘서트 취소→팬들 티켓값 기부 릴레이(종합)
그룹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4월 예정됐던 국내 단독 콘서트를 취소했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측은 2월 28일 공식 SNS를 통해 "4월 11일...
www.newsen.com
아미가 대단하다 대단하다 해도
나는 솔직히 '방탄 나고 아미 났지, 아미 나고 방탄 났나?' 생각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 취소 상황에 이은 충격과 분노 그리고 그런 집단 감정이 어디로 튀는지를 내 눈으로 생생히 보면서
이건 분명 선후를 놓고 판단할 관계성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방탄소년단이 왜 그토록 아미를 좋아하는지,
그들이 음악에서, 또는 음악 외적인 활동으로 보여주는 모든 것에 어쩌면 그렇게 아미가 스며들어 있는지
정말 제대로 보고 느낀 하루였다.
그렇게 멋졌으면서 아미들은 또 자신들로 비롯된 자부심 따윈 안 가진다.
그냥 할 수 있는 일 한 거고 다시 화낼 것엔 화내고 저녁엔 뮤뱅에 나온 무대와 직캠으로 또 소년단을 앓고 있다.
이번 앨범 인터뷰를 할 때였나, 남준이 그랬다.
사랑이란 그저 좋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역사와 그림자까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라고.
이 앨범은 힘들었던 자신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근데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
그리고 이제 나도 알겠다.
그 안에 분명히 있다, 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