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날. (아마 25일?)
쌤으로부터 고양이를 입양해서 키워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고양이? 좋아하긴 하지만 그동안 내 공간안에 들인다는 결정은 하지 못했다.
같이 사는 사람도 동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세입자로서 남의 집에서 키우는 건 꺼리는 입장이었고
나 역시 맞벌이하면서 바쁜데 혼자 두는 것이 걸렸다.
거기다 치닥거리하는데 드는 비용이며 책임감도 무서웠다.
다른 집 고양이들 보는 건 구경꾼으로서 잼난 거고 내 책임이 없으니까 좋은 거다.
그래서 권유를 받았을 때도 금방 긍정적인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고양이는 삼색이 청소년냥이로 6개월령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혼자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개한테 배를 물렸는데
사진작가 스튜디오로 스스로 걸어들어온 아이였다. 살려달라고... 그것도 사람한테...
병원에 다닐 때도 이렇게 얌전히 차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사람을 겁내지 않고 정말 얌전하고 착한 고양이 녀석.
내가 고양이 얼굴을 볼 줄 모르긴 하지만
정말 모르겠다.
짠하고 안 된 마음이 들지만 다른 분들 말씀처럼 특별히 독특하게 예쁜 건지도 모르겠고,
얌전하고 순하다는 게 그렇게 희한한 건지..
어떤 의미에서 신기한 건지 확실히는 알 수가 없었다.
얼굴이 되게 돟그랗네. 덩치도 커 보이고.
고민이 됐다.
나에게 요청이 들어왔다면 분명 내가 영~ 미달 조건은 아니라는 뜻인데,
하지만 내가 그 아이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일까?
감당할 수 있을까?
마음은 쓰이는데 망설여졌다.
생명을 옆에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가 자식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쩜 상황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타당한 답을 찾는 건지 모른다.
논리적으로 들어맞는 정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알면서 말이다.
그저 각오가 필요한 일에서 이유를 찾는 건
내 맘에 드는 동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저 녀석을 생각했던 건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와~ 귀여워!' '아 예뻐라~' '꺄아~~♡'
라는 반응이 스스로에게 우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깔대기를 하고 저렇게 차 안에서 누워있는 고양이는 참 신기한 그림이다.
거기다 병원에서도 사람처럼 대기실에 앉아있다니.
다들 너무 독특하고 예쁘다고 하시는데
난 어쩐지 마음이 무겁고 얄팍하지만 어떤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로 같이 지내게 될 것 같아서 오히려 외면하고 싶은 느낌?
어쩌면 좋을지 바라보다가 뭉클해지는 느낌?
저 녀석은 날 본 적도 없고, 내가 좋다고 한 적도 없는데 혼자 널뛰고 있었다.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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