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지나고 있었다.
삼색이를 못 본지 보름도 지난 것 같다. 혹시 누군가가 중성화 수술을 해주기 위해 데려간 건지, 새끼를 가지는 바람에 숨어있는 건지, 무슨 사고가 난 건지... 며칠에 한 번씩은 마주치던 녀석이 보이지 않으니 이런 저런 걱정이 생겼다. 같이 다니던 노랑이들과 젖소 고등어는 여전히 보이는데 그 녀석만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장을 보려고 마트에 가는 길이었던 것 같다.
골목길 초입 체육관 앞에 삼색이가 있었다.
어딜 갔다 온 거야~ 녀석, 그래도 잘 지내고 있었구나.
반가운 마음에 다가갔는데, 나를 알아보는 건지 야옹~ 울기만 할 뿐 도망가지 않았다. 마침 가방에 먹을 것이 있어서 차 밑에 캔을 놔주었다. 마트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다시 찾아 봤지만 삼색이는 없었다. 녀석이 깨끗하게 비운 캔을 수거해서 돌아오는 길이 아주 기뻤다.
그 다음 날도 체육관 앞에서 만났다. 그래서 또 밥을 나누었다.
아마 이 때, 뱃 속에 새끼들이 있었던 것 같다.
고양이의 임신 기간을 대략 두 달로 잡고 역으로 계산해 보면 얼추 임신 초기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 우리 집에 온 아깽이가 태어난 지 6주 정도 됐다고 보면, 5월 중순에 출산을 했을테고, 이 사진을 찍은 날이 3월 15일이었으니 말이다.
그 후, 3월 말부터는 아모레 화장품 카운셀러를 시작하면서 나의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낮 시간에 삼색이를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 전처럼 어딘가에 은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저녁 퇴근길에는 여전히 자주 보던 길 가에서, 혹은 차 밑에서 녀석을 볼 수 있었다.
4월 19일. 뻐큐나무 밑에서 나를 쳐다보던 삼색이.
4월 후반, 이 때 쯤이면 한참 배가 불렀을텐데... 냥알못인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어쩌면 내 눈에 안 보인다고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편이 내 맘도 편하고, 오고 가면서 밥을 주는 것 외에는 내가 손 담그고 싶은 범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삼색이는 거의 다 여자 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어쩌면 조만간, 분명히 새끼를 낳을 테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건지 아닌지 그다지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 삶을 의존하고 사는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밥 주는 것 말고 또 있을까? 그렇다고 집에 데려올 수는 없는데.
삼색이를 본 지 어느덧 6개월째였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여기저기서 올라왔지만, 그저 예뻐하는 마음에 밥을 주는 것 외에 다른 건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4월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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